트위터가 세상을 바꿀랑 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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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허지웅의 논쟁을 봤다.
(이게 그들의 한계인지 트위터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두 분 다 온라인에선 꽤 유명한데도 감정을 긁는 표현 투성이에, 수사에 치중하느라 논리가 엇나가는 진행 등 보기 불편한 논쟁이지만, 생각할 만한 화두를 던진 것 같다.



그에 대한 김규항의 의견까지 읽은 후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봤다.


인프라는 컨텐츠에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빠른 인터넷 회선 덕에 패키지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죄다 온라인 개발사로 돌변했듯이.
그런 면에서 TV도 인터넷도 트위터도 세상에 영향을 준다.
TV의 등장으로 정치의 쇼적 측면이 강화되며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이 변화한 역사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식의 거창한 표현에 맞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을까.
블로그가 유행하자 많은 사람이 개인 미디어의 시대가 온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사람들이 의존하는 정보는 기존 매스미디어에서 생산해 포탈싸이트에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시대에도, 블로그 시대에도 사람들의 전망과는 달리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은 약화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로, 참여정부의 탄생 과정도 기술발전과 세상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 생각하기에 좋은 자료 같다.
인터넷 없이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을 거라 상상하긴 힘들다.
노무현에 대한 호감이 있었어도 대부분 차기나 차차기 정도로 생각했지 당장 무언가 이룰 만큼 지지세를 모을 것이라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지지자들이 모이다 보니 어라? 의외로 많네? 해낼 수도 있겠다!...란 낙관을 확산하고 그게 강력한 힘이 되었다.

이런 얘기를 꺼내면 김규항은 '이회창이 아니라 노무현이 됐다고 세상이 바뀐 거냐?'라고 반문할 테지만,
참여정부가 '진보주의자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정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곧 '이명박과 다를 바 없는 정부'라고 하기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정말 다른 것이냐는 건 말 그대로 '정도'의 문제인 것 같다.

이를 '미세하게라도 다른 정부'였다고 타협해보자. 그러면 어쨌든 그 1mm라도 세상은 바뀐 것이다.
그럼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걸까? 이에 대한 반론으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유권자의 힘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힘을 발현할 도구로서의 인터넷이 없었으면 그렇게 파괴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먼저 '새로운 정치인'을 바란 유권자의 열망이 있었고->그것을 하나의 큰 힘으로 만드는 데 인터넷이 기여를 한 것이다.

결국 도구가 세상을 바꾸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1. 도구 자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강한 욕망에 시너지 효과를 주는 정도의 기여는 할 수 있다.
2.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한 도구는 '인프라'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수준으로 보편적 성공을 거둬야 한다.
3. 이 과정을 거쳐 변화한 세상은 항상 낙관적인 전망에는 못 미치는 미미하게 변화한 세상이다.

결국, 지금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거라며 들뜬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변화에 좌절할 것이다.
아마도 그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진보주의자가 참여정부에 실망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사실 트위터는 2번 공식조차 통과 못 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싸이월드처럼 잠깐 유행하고 사라질 인터넷 놀거리에 불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