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0. 8. 6. 15:52

전자책이 가져올 미래

킨들이 전자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아이패드는 전자책이 출판업계 전체를 뒤흔들 대세가 될 것임을 증명하는 것 같다.
전자책이 가져올 변화를 생각해 보자.

1. 일반 독자에게 올 변화
책이 저렴해진다! 통신망을 통해 받게 되는 전자 데이터는 무형의 자산이다. 종이책은 서점까지 가서 구매하거나 택배를 기다려야 하는 '물리적 노력'를 통해서만 받아볼 수 있었으나, 전자책은 그럴 필요 없이 터치 몇 번이면 자신의 기기로 전송받아 볼 수 있다. 당연히 배급과 배송에 들어가는 가치가 감소하는 만큼 책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절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종이책 한 권을 출간하거나 재출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니즈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로서의 text는 저장공간이 극히 작은 정보에 불과하다. 배급사 서버에 해당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비용은 구라 조금 섞어 0원이라고 해도 될 수준이다. 이는 매해 1명 정도만 사볼 수준의 비주류 책이라도 절판을 걱정할 필요없이 몇 십 년이 지나도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집이 넓어진다! 책장아 사라져라!!

2. 작가에게 올 변화
자가 출판이 쉬워진다! 아이튠스를 통한 새로운 판매경로는 출판사의 강점(기존 배급망을 확보한)을 약화시킨다. 물론 마케팅 파워에서 개인이 출간한 책은 출판사의 책에 비해 불리한 건 어쩔 수 없겠지만, 현재 앱스토어에서 개인 개발자들이 거대 개발사를 상대로 잘 싸워나가는 모습을 보면 작가-출판사 간의 상생관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생각해 본다면, 전자책 자가출판은 배급에 대한 부담을 덜지만, 제작에 대한 부담을 더는 것은 아니므로, 출판사라는 회사 형태가 아니라 개인 작가와 프리랜서 편집자 간 협업으로 제작하는 형태가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 것 같다.
개정판 보급이 쉬워진다! 책에 오탈자가 있거나 내용을 수정해야 할 때 작가는 그저 업데이트 서버에 수정 정보만 올리면 모든 일이 끝난다. 네트웍으로 업데이트 정보를 알게된 유저의 간단한 터치 몇 번으로 전 세계 각지에 보급된 작가의 모든 책을 수정할 수 있다.

3. 출판사에게 올 변화
위의 변화들을 읽었으면 느끼겠지만 출판사에게 전자책은 호재라기 보다는 악재다. 출판사의 존재의의 자체를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사가 살아남으려면 전문화, 거대화 만이 답일 것 같다. 전자책의 인터랙션을 최대한 활용해 개인 자가 출판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만들 고퀄리티 책을 선보이는 식의 차별화(그러니까 요런거) 말이다.

4.서점에게 올 변화
R.I.P.

출판사와 서점은 울상이겠지만, 일반 독자에게 있어서 전자책의 장점은 아주 많으므로 장기적으로 전자책은 종이책의 비중을 뛰어넘으리라 예상한다.
그러나 순식간에 전자책이 대세가 되지는 않으리라 보이는 것이...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 중 종이를 넘기는 손맛 어쩌고 따위는... CD시대에도, MP3시대에도 LP를 고집하는 호사스러운 취향(앤티크!)에 가까워서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고, 손에 들고 침대에서 뒹굴거리기엔 무겁다는 것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인데, 눈의 피로만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폰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만 해도 인쇄물의 300dpi를 넘어선 326dpi를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오래 들여다보기엔 부담스럽다. '발광하는 화면' 자체의 피로함은 인쇄물의 편안함과 비교가 안 된다. 눈이 편안한 디스플레이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한, 전자책은 쉽게 보편화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