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0. 7. 17. 22:01

플레이톡을 떠나며...

어젯밤 좀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플레이톡의 역사를 알아야 이해가 쉬울 것 같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플레이톡은 트위터 열풍이 불기도 전에 마이크로 블로그를 한국에 선보인 나름 선구자였다.
이외수라는 스타를 앞세워 많은 유저가 몰렸으며, 
당시 대선을 앞두고 정동영, 문국현 등 대선후보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했어야 할 만큼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었다.

그러나 예고 없이, 유저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업데이트가 빈번히 발생하고
유저가 반기는 컨텐츠는 사라지고 꺼리는 컨텐츠는 추가되는 등 우울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자,
'법인으로서 책임감 있게 운영하는 서비스'라기 보다는 '개인의 놀이터'가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는 유저가 생기기 시작했다.
즉, 플레이톡 유저는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로서 대접하기보다는
연구실의 몰모트나 개미집 속 개미 취급을 받는 게 아닌가 불만이 팽배하고 
플레이톡 유저들과 개발자(Han)의 사이는 멀어져만 갔다.

그런 상황에 치명적으로 원성을 살만한 몇 번의 업데이트가 발생하자,
몇몇 유저들은 뜻을 모아 다른 마이크로 블로그로 옮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이주장소로는 톡튀니와 미니로그가 있었고, 플레이톡과는 달리 유저의 요구 사항을 친절히 반영하는
그들의 서비스에 대만족하며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심지어 톡튀니는 원주민보다 플톡에서 옮겨온 이주자가 더 많아지고,
이주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다 보니 갈수록 플레이톡을 닮아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플레이톡의 무성의한 운영에 실망한 유저의 반응이 나뉘었다는 점이다.
1. 아예 마이크로 블로그를 접은 사람
2. 미니로그로 옮긴 사람
3. 톡튀니로 옮긴 사람
4. 플레이톡에 남은 사람
이렇게 분산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플레이톡, 톡튀니, 미니로그 모두 유저수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플레이톡 유저들은 하나둘 떠나 다른 곳을 찾아 나서 유저가 급감했고,
톡튀니와 미니로그가 자생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해, 플레이톡 이주민을 받고서도 파리 날렸다.

이런 와중에 플레이톡의 유일한 라이벌급이랄만한 미투데이는 NHN에 팔리며 대박이 났다.
반면, 플레이톡은 유저수는 떨어지고 인지도도 낮아지고 간판스타 이외수마저 트위터로 옮기고
어디 팔리지도 않고,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찾는데도 실패했다.
그러자 가뜩이나 괴팍한 서비스 정신을 유지하던 Han은 더더욱 무성의한 서비스 정신을 선보여
예전엔 멀쩡히 잘 되던 기본적인 기능(라운지, 지난 글 보기 등)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로 쭉- 유지가 됐었다.

최근 새로 들어온 어린 유저들 중에는 Han을 '돈도 안 되는 서비스를 운영해 주는 천사'로 보는 시각이 있던데,
돈이 안 되는 이유는 단지 '수익모델을 찾기 실패해서'일 뿐, 수익을 바라지 않고 서비스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그는 유저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오래 써온 유저 중에 Han을 긍정적으로 평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시피한데, 요즘 유저들의 그런 인식은 의외였다. 기존 유저들은 정말 Han과 오랜 시간 동안 징하게 싸워왔다!

그런 우울한 상황에서 Han은 갑자기 열심히 포스팅을 하며 존재감을 알리더니 대대적인 업데이트 작업까지 들어가
'아 이 사람이 정신 차렸나?'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어디로 옮겨도 만족스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하던 플레이톡이 다시 쓸만한 서비스가 되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번 업데이트를 계기로 다시 유저가 모이고 규모를 키워 어디 대형 포탈에 팔아서
Han은 돈을 벌고, 유저는 더 책임감 있는 운영주체를 맞이한다면 그야말로 win-win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어젯밤 무심코 들어간 채팅방이 화근이었다.
플레이톡 유저들이 모여 잡담을 나누던 채팅방에 Han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을 상대로 반말을 쓰며 무례하게 거들먹거리더니
급기야 자신을 매트릭스의 네오에 비유하며 자기는 플레이톡의 절대자니 개기지 말라는 투의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아- 이 사람은 여전히 플레이톡을 제대로 된 서비스라기보다는 개인의 소유물로만 여기는구나- 좌절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참았다. 왜? 애초에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그는 늘 그렇게 제멋대로인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결정적으로 분노한 멘트는 다음과 같다.
"톡튀니니 미니로그니.. 다 플톡 쫓겨난 사람들이 놀고 있긔 ㅋㅋㅋㅋㅋ"
"나 웃겨 죽는줄 알았긔 ㅋㅋㅋ"
...미친 것 아닌가 싶었다. 
그곳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은 '플톡 쫓겨난 사람들'이 아니라
'플레이톡의 일방적인 운영, 제멋대로 업데이트에 지쳐 떠난 유저들'이다.
이 인간 인식 수준이 이 모양이다.

결국, 어제 난. 이런 얘기까지 늘어놓은 인간이 개인의 소유물로 여기고 멋대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더는 이용 못 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래서 그런 내용을 담아 포스팅을 했다. 앞으로도 나와 교류하고 싶은 친구 분들은 연락하라는 인사말까지 포함해서.

그러자...포스팅을 올린 지 2분쯤 지났던가?



..Han이 멋대로 내 계정을 삭제했다. *^^*









어머나 씨발♡






그렇게 마지막 인사도 지워진 채, 난 내 발로 떠나려던 플톡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이딴 인간인지 뻔히 알면서, 몇 년째 봐왔으면서도 계속 이용한 내가 멍청이니 누굴 탓하랴.
다만, 기존 친구분들에게 명확한 인사를 못 남긴 것만 한이다.
그래서 메신저 등록된 플톡 친구 분들에게 부탁해서 생각나는 몇몇에라도 이글을 보여 드릴 예정이다.
밑도끝도없이 사라지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 전후 사정이라도 설명하고 싶고,
꾸준히 나와 교류하고 싶은 사람에겐 방법 정도는 마련해 드리고 싶으니까.


온라인에서 계속 교류할 장을 마련할 수도 있을 테다.
앞으로 이 티스토리 계정에 글을 쓰게 될지 아니면 뭐 트위터나 다른 곳을 찾아 나갈지 모든 것을 접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러나 온라인 인맥의 무상함을 워낙 잘 아는지라 가능하면 연락처라도 주고받으며
가끔이라도 오프에서 만날 수 있는 인연으로 발전되면 더 좋겠다.
플톡 친구 분들 아낌없이 스팸문자 날려주시라. 010-4299-05one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