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0. 12. 21. 14:01

허무 SF #2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부분 사람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이미 현대의 누군가가 시간여행법을 발명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당신이 잘 모르는 누군가가 발명했다. 이미.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런 소식을 접한 적이 없을까? 답은 간단하다. 시간여행법을 발명한 사람이 다름 아닌 과학자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발명하자마자 여기저기 알리며 자신의 명예를 높이려 했거나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로또나 토토, 경마 따위를 이용해 부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는 과학자였다.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움직이는 그런 존재 말이다. 그는 부와 명예보다 지식 충족을 우선했고, 바로 이 때문에 인류는 소중한 지식을 잃어버렸다.

그는 인류에게, 혹은 과학자에게 의문으로 남아 있는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갈구하는 사람이었기에, 지식의 빈칸을 채워나가는 용도로 시간여행을 활용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주제를 정하고 연구를 시작한다. 그러면 10년이 걸렸든 50년이 걸렸든 연구결과가 나온 시점의 그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의 그에게 돌아와 답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는가? “자- 이제 이걸 한 번 연구해 볼까?”라고 말하는 순간 미래의 당신이 나타나 그 연구의 결과를 말해주는 거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지식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심지어 언어와 문자를 이용한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뇌 속 자료의 효율적 관리방법마저 연구하여 역대 어느 인간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 도달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우쳐 버린 것이다! - 동양철학에 심취한 사람이라면 이 순간을 ‘해탈’이라 칭해도 좋으리라.

신에 버금가는 영역에 도달해 버린 그에게 부와 명예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심지어 그렇게 갈구하던 지식마저 의미가 없었다. 인간이 박테리아의 문제에 공감할 수 없듯, 그도 인간의 문제에 공감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인류에게 엄청난 발명을 알리기도 전에 인간의 세계에서 벗어나 버렸다. 그게 당신이 시간여행법을 접하지 못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