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10. 11. 25. 10:56

스마트폰이 먹은 것들

한 때 컨버젼스(융합)와 디버젼스(특화) 상품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휴대기기'라는 영역에서는 컨버젼스의 압승이 아닐까 싶다. 집에다 핸드폰을 놓고 출근하면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불안감에 휩싸일 만큼 현대인은 핸드폰에 의존하고 있는데, 어차피 들고 다닐 핸드폰이라면 가능한 한 모든 기능을 여기에 넣어서 '추가로 들고 다닐 무언가'를 줄일수록 좋으니까.

생각난 김에 핸드폰, 특히 스마트폰이 지금까지 먹은 것들과 앞으로 먹을 것들을 정리해 봤다.

--멸종예상군--

PDA: 피쳐폰 시절부터 핸드폰에 스케쥴이나 메모기능이 강화되면서 채 성장하지도 못했던 시장이 시들시들하더니, 스마트폰 시대에 와서는 각 산업에 맞는 전문화한 앱도 지원하므로 존재 가치가 아예 사라졌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PDA에는 없는 통신 기능도 있다! 도무지 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멸종할 상품.

전자사전: 한때 대학생의 필수품이었으나 피쳐폰에 사전이 들어가면서부터 위기감이 느껴지더니, 역시나 스마트폰 시대에 살아남기는 어려운 상품이 되었다. 아이폰에만도 징글징글하게 많은 종류의 사전이 전 세계 각지에서 판매되고, 그냥 포털이나 검색엔진에 접속해서 검색해 보는 식으로 사용해도 사전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 이것도 멸종 예상.

네비게이션: 아직 사용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네비게이션도 스마트폰에 먹히리라 예상. 스마트폰은 GPS기능은 물론이고, 다양한 통신 환경을 지원하므로 업데이트가 편리하다는 등 강점이 많다. 문제는 화면이 조금 작다는 정도.

PMP: 핸드폰에서 고화질 MKV도 재생하고 smi나 srt등 자막도 지원하는 시대인 데다가 몇몇 기기는 DMB까지 지원하니 살아남기 어렵다. 단, e북 기기와의 컨버젼스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는 e북 파트에서 설명.

--특화예상군--

MP3P: 이건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피쳐폰도 대부분 지원하는 기능이지만, 디버젼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 상품군이다. 2가지가 가능한데, 첫 번째는 AV기기로서의 성능적 우수성을 지향하는 것. 요즘 대다수 리스너는 컴퓨터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MP3 파일을 듣지만, 매니아는 조금이라도 좋은 앰프와 스피커, 심지어 케이블 하나하나 따져가며 구매한다. 그런 층을 노린 고성능 MP3P는 살아남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휴대성을 지향하는 것. MP3P의 중요한 사용 패턴 중 하나는 '운동하며 듣기'인데, 핸드폰은 절대로 줄어들 수 없는 크기와 무게의 한계가 존재하므로 이에 부적합. 무조건 최대한 작고 가볍게 만들면 살아남을 것이다(아이팟 셔플이 좋은 예).

디카: 옛날 디카는 컴팩트 디카와 DSLR로 양분되었었는데, 이 중 컴팩트 디카 시장은 스마트폰이 흡수할 것이지만 DSLR 시장은 계속 유지될 것. 렌즈의 크기에서 나오는 물리적 성능이란 게 있으니 이건 핸드폰이 절대로 커버할 수 없다. 게다가 누가 폰카 더 전문적으로 찍겠다고 렌즈 여러 개 들고 다니며 갈아 끼울까? DSLR은 살아남는다. 캠코더 시장도 비슷하다. 아이폰4로 동영상 찍어보라. 저성능 휴대용 캠코더는 종말이다.

휴대용게임기기: PSP나 NDS같은 걸 의미하는데, 스마트폰의 성능이 발달할수록 휴대용 게임기기의 대체재가 되어가는 추세. 그러나 닌텐도 3DS처럼 핸드폰에서 주기 어려운 경험(입체 안경 필요없는 3D 입체 영상)을 지향한다면 생존할 수 있다.

--자력갱생예상군--

e북: e북 기기는 핸드폰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와 무관하게 성장할 것이다. 간단한 이유인데 '화면크기'에서 주는 만족감이란 게 존재하는 이상 이는 핸드폰이 대체할 수 없는 매력. 일반적인 책 크기 정도의 화면을 제공하는 기기라면 충분한 존재가치가 있다(바꿔말하면 페이퍼백 책보다도 화면이 작은 모 기기는 한숨만 나오는 졸작). 또한, 영상은 책처럼 큰 화면이 주는 매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PMP 기기로서의 존재가치도 충분하다. 아이패드 정도의 크기에, 아이폰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처럼 인쇄물 화질 이상을 보여주고 조금은 더 가벼운 기기가 나올 시점에 e북 시장의 '끝판왕'이 등장하리라 예상.